이현중은 탄탄대로의 길을 마다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수다. 한국에서 '도전하는' 농구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이현중은 탄탄대로의 길을 마다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수다. 한국에서 '도전하는' 농구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스포츠춘추]

“한국인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못 뛴다는 법 있나요?” 2019년 6월 한국 선수로 네 번째로 미국 대학 농구(NCAA) 진출을 확정한 이현중의 반문이었다. 

2017년이었다. 삼일상고 2학년이었던 이현중은 팀의 전국대회 5관왕을 이끌었다. 이현중은 초대형 유망주로 농구계의 큰 기대를 받았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도전하면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현중의 생각은 달랐다. 고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위대한 도전을 꿈꿨다. 계기가 있었다. 

2016년 스페인에서 열린 U-17 농구 월드컵이었다. 한국 U-17 농구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강호 프랑스(90-84), 도미니카공화국(77-71) 등에 승리하며 16강에 올랐다. 8강으로 가는 문턱에선 라이벌 중국에 75-70으로 승리했다.

이현중은 이정현, 양재민, 신민석 등과 주축 선수로 맹활약하며 8강 진출에 앞장섰다. 한국이 국제농구연맹(FIBA) 주관 대회 8강에 오른 건 2016년 U-17 대표팀이 최초다. 

이현중의 운명을 바꾼 경기는 8강전 미국과의 대결이었다. 한국은 미국에 81-133으로 대패했다. 이현중은 당시 경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이 경기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한국에 남으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문다는 걸 느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히는 것만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할 유일한 방법이란 걸 깨달았죠.” 

이현중은 세계 최고 선수가 즐비한 무대로의 도전을 택했다. 그 길이 매우 험난하다는 걸 일찌감치 느꼈으면서도 말이다.


호주에서의 1년 5개월, 이현중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 데이비슨 대학교에 입학했다

호주, 미국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부딪히며 성장 중인 이현중(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호주, 미국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부딪히며 성장 중인 이현중(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이현중은 2018년 1월 새 도전에 나섰다.

호주 캔버라 NBA 아카데미에서 세계적인 유망주들과 경쟁하기로 했다. 이현중은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이 아니라고 해서 만만한 무대는 아니었다. NBA 아카데미에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한국과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동양인은 농구를 못할 것’이란 인식도 뒤엎어야 했다. 이현중은 호주 생활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 바 있다.

“한국에선 혼자서 많은 걸 해낼 수 있었습니다. NBA 아카데미는 달랐어요. 선수들 실력이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키 크고 탄력 좋은 흑인 선수가 넘쳤죠. 근육질인 백인 선수도 수두룩했습니다. 부딪히면서 느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법은 딱 하나구나. 특출난 장점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슛이었어요.” 

이현중은 세계 정상급 유망주가 즐비한 NBA 아카데미에서 1년 5개월간 살아남았다. 넘어지면 일어서길 반복했다.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꿈꾸며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았다. 학업 성적이 따라줘야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현중은 호주에서 영어와 농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2018년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G-리그 쇼케이스에선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미국 대학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현중은 세계 최고 선수인 스테픈 커리의 모교 데이비슨 대학교를 비롯해 조지워싱턴, 조지타운, 버지니아 대학교 등 20곳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현중은 고심 끝 4년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 지원을 제시한 데이비슨 대학교로 향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NBA 코트를 밟은 이는 하승진(은퇴)이 유일하다. NCAA를 경험한 남자 선수는 최진수가 유일했다. 

이현중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점수가 필요했다. 1,600점 만점에 1,000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이현중은 2018년 10월 첫 시험에서 920점을 받았다. 이듬해 3월 다시 도전해 1,030점을 받아냈다.

이현중은 “책과 함께한 시간이 코트에서 땀 흘린 순간보다 길었다”고 기억했다. 데이비슨 대학교 입학을 앞둔 이현중은 다음과 같은 각오를 전했었다.

“처음 호주로 향한 날을 기억합니다. 그 마음으로 다시 도전합니다. 저보다 뛰어난 선수와 매일 부딪히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그게 중요합니다. 실패는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하나예요. 후회를 남기는 겁니다. 모든 걸 쏟아낼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겁니다.” 


데비이슨 대학교 에이스로 성장한 이현중, 비시즌에도 농구공을 놓지 않았다

이현중은 휴식기에도 농구공을 놓는 법이 없었다. 그런 이현중에게 농구가 왜 좋은지 물은 적이 있다. 이현중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이현중은 휴식기에도 농구공을 놓는 법이 없었다. 그런 이현중에게 농구가 왜 좋은지 물은 적이 있다. 이현중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NCAA는 호주 NBA 아카데미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곳이다. 꿈의 무대인 NBA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현중은 그 무대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이현중은 데이비슨 대학교 1년 차 시즌 28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8.4득점, 3.1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경기당 평균 20.9분 코트에 나섰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기는 12차례였다. 데이비슨 대학교가 속한 애틀랜틱 10 콘퍼런스에선 신인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한 해였다. 이현중은 미국 무대에서의 첫 시즌을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코로나19로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NCAA 토너먼트에 도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배운 게 많은 한 해였습니다. 한국에선 매 경기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잡았어요. 미국에선 달랐습니다. 3개 이상 잡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 어려움이 저를 더 땀 흘리게 했습니다. 강점인 슛 성공률을 높이고 수비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보강할 수 있도록 했죠. 계속 나아갈 겁니다. 후회 남기지 않겠다는 말 지켜야죠.” 

이현중은 말뿐인 선수가 아니다. 호주로 향하기 전부터 농구만 했다. 운동을 마치면 머릿속으로 훈련을 거듭했다. 비시즌에도 쉬는 법이 없었다. 모교인 삼일상고에서 슛 감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KBL에서 뛰는 선수들과 픽업 게임도 꾸준히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먹지 않았다. 

이현중에게 일찌감치 타고난 슈터로 불리지 않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현중은 이렇게 답했다. 

“슛 감각을 어느 정도 타고날 순 있을 거예요. 저는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슛 연습 정말 많이 했어요. 팀 훈련 마치고 하루 1,000개 이상 던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제 농구 인생에 편한 길은 없어요. 코트에서 흘린 땀만 믿어요. 그 양과 질이 훌륭해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이현중은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현중은 데이비슨 대학에서 치른 2년 차 시즌 주전급 선수로 거듭났다. 22경기에서 평균 13.5득점, 4.0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29.9분으로 늘었다.

장기는 더 도드라졌다. 이현중은 2020-2021시즌 2점슛 성공률 50.8%, 3점슛 성공률 44.2%, 자유투 성공률 90.0%를 기록했다. NCAA 역대 11번째로 180클럽에 가입했다. 180클럽엔 야투와 3점슛, 자유투 성공률의 합이 180 이상인 선수만 들어갈 수 있다. 

이현중은 이 기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현중은 “180클럽에 가입했다고 해서 NBA 진출이 보장된 건 아니”라며 “나 자신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 올린 득점이 많았다. 분발해야 한다. 내 목표는 NCAA가 아니다. NBA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수비를 뚫고 득점을 올려야 한다.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 땀 흘려야 한다”고 했다.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실망스럽다? 이현중은 쉬운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이현중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이현중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미국에서의 3년 차 시즌. 이현중은 한 층 더 성장했다.

이현중은 2021-2022시즌 34경기에서 평균 15.8득점, 6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미국 무대 데뷔 후 최다인 경기당 평균 32.1분을 뛰었다. 3점슛 성공률은 38.1%. 데이비슨 대학교 에이스로 활약한 것이다. 

이현중은 3월 19일 ‘3월의 광란’에 참가했다. NCAA 토너먼트 64강전 미시간주립대학교와의 경기에서 3점슛 3개 포함 11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은 1점 차로 패(73-74)했지만 값진 경험을 쌓았다. 

이현중은 NCAA 64강전을 마치고 결단을 내렸다. 2022년 NBA 신인선수 드래프트 도전이었다. 

이현중은 착실히 NBA 도전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 못한 악재가 들이닥쳤다. 부상이었다. 

이현중의 매니지먼트사인 A2G 관계자는 “NBA 구단과의 워크아웃 도중 발등뼈와 인대를 다쳤다”“이 부상으로 수개월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현중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 중이다. 퍼켈 박사가 이현중의 주치의다. 퍼켈 박사는 스테픈 커리를 비롯해 여러 선수의 발 부상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이현중이 이른 시일 내 코트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부상을 입었다고 해서 NBA 드래프트에 도전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이현중은 예정대로 6월 2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2022 NBA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NBA 30개 팀이 총 58명의 선수를 뽑았다. 마이애미 히트, 밀워키 벅스를 제외한 28개 구단이 2명씩 선발했다. 마이애미, 밀워키엔 각각 1명의 신인선수가 합류했다. 이 가운데 이현중의 자린 없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G-리그에서 활약하며 NBA 입성을 노릴 수 있다. 미국에선 투웨이 계약(G리그와 NBA 구단 동시 계약)으로 NBA 무대를 밟는 이가 많다.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아 NBA에 입성하는 방법도 있다. 

이현중은 호주로 향할 때부터 험난한 길인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현중은 NBA 입성을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엔 “꿈꾸고 도전하는 건 자유다. 주변 시선 의식하지 않고 후회 없이 도전하겠다”고 말해왔다. 

이현중은 이미 한국 농구 역사를 새로 쓴 선수다. 도전에 인색한 농구계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쏘아 올렸다. 그 불씨는 지금도 살아있다. 

탄탄대로의 길을 마다하고 성장을 선택한 순간부터 이현중의 도전엔 값을 매길 수 없다. 이현중이 걷는 길은 한국 농구의 역사이자 희망인 까닭이다. 

한국인이 NBA에서 못 뛴다는 법은 없다. 이현중처럼 도전에 나선 이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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