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드래프트 행사가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신인드래프트 행사가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

“왜 전면드래프트를 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보여준 결과다.”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만난 한 스카우트가 들려준 말이다. 이 스카우트는 “올해 상위 지명 선수 대부분이 서울권 아니면 부산 지역 선수다. 인천, 경기나 광주 쪽에 누가 있나. 만약 1차지명 제도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면, 정말 심하게 불공평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드래프트 결과를 보면, 3라운드까지 뽑힌 30명 가운데 11명이 서울권 고교 소속이다. 이어 부산권 5명, 대전과 충청지역 5명, 대구가 3명, 경남권에서 2명이 3라운드 이전에 호명됐다. 반면 전통의 야구도시 광주에선 상위 지명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호남권에서 1명이 나오는 데 그쳤다. 경기권도 1명, 인천도 1명, 강원도에서 1명이 각각 나왔다.

KBO는 올해부터 1차지명을 폐지하고 전면드래프트를 도입해, 연고지 상관없이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지명권을 행사하게 했다. 이에 지난해 10위 한화가 전체 1순위로 최대어 김서현(서울고)을, 9위 KIA가 좌완 최대어 윤영철(충암고)을, 8위 롯데는 고교 최고 좌타자 김민석(휘문고)을 손에 넣었다. 

7위 NC도 우완투수 TOP3에 드는 신영우(경남고)를 지명했고, 6위 SSG는 타자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투수 이로운(대구고)을 선택했다.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그런데 만약 올해 드래프트를 전면드래프트 방식이 아닌 기존 1차지명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기존 순서대로라면 올해 서울권 3팀은 LG-키움-두산 순으로 1차지명할 차례다. 전면드래프트 순서대로 하면 LG가 김서현을, 키움이 윤영철을, 두산이 김민석을 데려가게 된다. 작년 5강에 진출한 세 팀이 최고 유망주 3명을 나눠먹고 더 강해지는 셈이다. 

반면 10위 한화는 연고권에 해당하는 원주고 포수 김건희와 북일고 투수 최준호 중에서 골라야 한다. 물론 둘 다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이긴 하지만 ‘최대어’ 김서현과는 차이가 난다. 9위 KIA는 전체 45순위로 뽑힌 김관웅(화순고-연세대)이 그나마 가장 1라운드에 근접한 선수. 전체 18순위 박권후(전주고)는 NC가 관리하는 연고권이라 KIA 1차지명 대상이 아니다. 서울 3팀이 데려가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박탈감이 느껴질 법한 결과다.

7위 NC도 심각하다. 해마다 1차지명 제도에 큰 손해를 봤던 NC는 전체 18순위 박권우와 전체 24순위 신용석(마산고)이 가장 1번에 가까운 대상자다. 아니면 4라운더 김관우(마산고)나 김세일(마산용마고) 중에서 1순위를 골라야 한다. 김해고 출신으로 2라운드에서 지명받은 김유성(고려대)은 2년전 NC가 1차지명했다가 철회한 선수로 1차지명 대상이 아니다. 

6위 SSG 랜더스도 삼성이 8순위로 지명한 이호성(인천고)이 유일한 1차지명 대상이고, KT 위즈는 전체 27순위 박명근(라온고)이 연고지에서 가장 높은 순번에 지명받은 선수다. 1차지명 기준으로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1차지명 방식으로 재배치한 신인드래프트 결과. 이름 뒤의 숫자는 실제 지명 순번이다(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1차지명 방식으로 재배치한 신인드래프트 결과. 이름 뒤의 숫자는 실제 지명 순번이다(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전년도 하위 3팀에 전국 단위 1차지명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따져도 불공평하긴 마찬가지. 10위 한화는 김건희-최준호 외에 신영우-김범석 중에 롯데가 뽑지 않은 선수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9위 KIA도 한화가 거른 선수와 이로운-김정운 중에 삼성이 안 뽑은 선수들이 선택지다. 어떤 기준으로 해도 1차지명 제도에선 전면드래프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1차지명은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공정한 경쟁’과 ‘전력평준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정상적 제도였다. 1차지명 제도에선 자원과 사람이 몰리는 서울팀은 좋은 연고지를 차지한 덕분에 해마다 좋은 선수를 얻지만, 지방구단은 아무리 연고지에 투자하고 지원해도 좋은 선수를 얻기 어렵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지는’ 마태효과의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 제도가 1차지명이었다.

앞의 스카우트는 “만약 올해도 1차지명 제도가 그대로였으면 어땠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면서 “1차지명에선 워낙 연고지에 선수가 없어 덜 나쁜 선수를 찾는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전면드래프트로 바뀐 지금은 ‘더 좋은’ 선수를 찾는 고민을 하게 됐다. 진작에 이렇게 바뀌었어야 했다”면서 드래프트 결과에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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