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으로 장남 승계가 본격화했다(사진=한화)
김동관 부회장으로 장남 승계가 본격화했다(사진=한화)

[스포츠춘추]

재계 순위 7위 한화그룹의 장남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동관 체제’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야구팬이자 스포츠 마케팅에 정통한 장남 체제가 한화 이글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포함한 9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했다. 김 신임 부회장은 기존에 맡았던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주)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겸임한다. 김 부회장의 승진은 사업재편과 중장기 전략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그룹 내 김 부회장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과 함께, 그룹 경영권 승계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한화의 한화건설 흡수합병,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정밀기계 부문을 맞바꾼 사업구조 재편도 장남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다.

부회장의 야구사랑, 스포츠 사랑…“야구단 지원 변함없을 것” 긍정적 예상

김승연 회장은 야구단을 비롯한 스포츠에 물심양면 투자해 왔다(사진=한화)
김승연 회장은 야구단을 비롯한 스포츠에 물심양면 투자해 왔다(사진=한화)

장남 김동관 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 한화그룹은 물론 야구단 한화 이글스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야구계에서는 야구팬이자 스포츠팬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이 아버지 김승연 회장 못지않게 야구단에 큰 애정을 쏟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한화 출신 한 야구 원로는 “과거 김 회장이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장남 김 부회장이 동행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버지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야구 좋아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장남 김 부회장이 대권을 잡으면 야구단 입장에선 좋은 일 아니겠나”란 예상을 내놨다.

실제 김 부회장은 과거 김승연 회장 부부와 함께 여러차례 야구장을 찾았다. “김태균 잡아올게” 발언으로 유명한 2011년 8월 잠실 방문 때는 김 회장 부부가 오기 전에 일찌감치 지인들과 함께 야구장에 입장했다. 한화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8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대전구장을 찾아 김승연 회장, 작고한 서영민 여사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룹 내에서 ‘DK’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 부회장은 야구 외에도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졌다. 아버지 김 회장이 복싱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것처럼, 김 부회장도 격투기 주짓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임직원들과의 회식 술자리를 체육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신입사원 교육과정 가운데 등산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등 활동적이고 정력적인 면모도 돋보인다.

야구를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한화솔루션 부사장 시절 한화의 태양광사업을 주도한 김 부회장은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해 미국 내 한화의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의 전략 요충지인 캘리포니아 지역 연고 팀들을 잘 활용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화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오라클 파크)에 태양광 상징 조형물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한화 출신 투수 류현진의 LA 다저스 시절엔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한화큐셀은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 때마다 포수 뒷편과 외야에 광고를 노출해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 

이를 근거로 앞의 야구인은 “스포츠마케팅의 가치를 아는 김 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박찬혁 대표이사가 이끄는 한화 이글스에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란 긍정적 예상을 내놨다.

야구단보다 훨씬 효과 높은 해외 스포츠 마케팅…야구단, 존재의 이유 증명해야

LG 다저스와 후원 계약을 맺은 한화큐셀(사진=LA 다저스)
LG 다저스와 후원 계약을 맺은 한화큐셀(사진=LA 다저스)

반면 야구단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식 투자를 했던 아버지 때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른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야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것 외에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잘 아는 경영인이다. 아버지 때와는 달리 지금은 같은 비용으로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 얼마든지 있다. 그룹에서 야구단을 보는 시각이 과거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라 지적했다.

실제 김 부회장은 유럽축구단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한화그룹과 한화큐셀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 이탈리아 세리아A 유벤투스 등과 손잡고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손흥민의 유럽 데뷔팀인 함부르크SV와 계약은 손흥민의 맹활약과 함께 투자 대비 ‘대박’ 효과로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큐셀은 2018년 독일에서 태양광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화큐셀은 2017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소속의 RB라이프치히 후원 계약도 맺었다. RB라이프치히는 한화큐셀 독일 R&D 센터 인근 도시인 라이프치히 연고 축구단으로, 지난 2020년 국가대표 황희찬이 이적한 팀으로도 알려져 있다.

골프, e스포츠단에 대한 활발한 투자도 눈에 띈다. 2011년부터 시작한 한화클래식 대회는 스포츠마케팅에 조예가 깊은 김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화컵 서울오픈을 리뉴얼한 대회로 LPGA 대회급 상금과 대회 규모를 자랑해, KLPGA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대회로 손꼽힌다. 기존 한화골프단도 2018년부터 한화큐셀이 후원하는 ‘한화큐셀골프단’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한화큐셀은 해외 축구단 스폰서십에 적극적으로 나서 효과를 봤다(사진=한화)
한화큐셀은 해외 축구단 스폰서십에 적극적으로 나서 효과를 봤다(사진=한화)

타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프로야구단을 이용한 홍보효과는 구시대 모델이다. 내수시장에 치중하던 1980년대 모델이 40년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진 셈”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지금의 기업 환경에서 프로야구단 운영이 과거만큼 매력을 어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현대가 해외축구단이나 메이저리그 팀을 후원하고 비비고가 LA 레이커스와 스폰서십을 맺는 광경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두려움’”이라면서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자 관점에서 보면 프로야구단 운영보다 해외축구 스폰서 계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매년 적자에 각종 사건사고로 논란에 휩싸이고 성적도 부진한 야구단과 비교하면 외국 축구팀 유니폼에 광고를 붙이는 편이 훨씬 광고효과도 높고 리스크도 적다. 그나마 야구단에 대한 총수의 애정이 프로야구단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는데,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 그 마지막 이유마저 사라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마케팅 전문가의 우려 섞인 예견이다.

실제 KBO리그는 2년전 SK 그룹의 야구단 매각이라는 ‘핵폭탄’을 경험한 바 있다. SK의 매각은 그룹이 에너지, 소재 등 B2B 사업에 주력하면서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효용가치가 예전같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SK는 전기차 배터리(SK온), 친환경 에너지(SK E&S) 사업에 주력하면서 야구단은 정리했다. 비슷한 일이 한화나 다른 야구단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총수의 야구사랑 하나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야구단이 존재의 이유, 투자할 만한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한화를 비롯한 모든 야구단 앞에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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